

도둑들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한탕하는 영화로 장 가뱅과 알랭들롱이 주연한 베르누이 감독의 영화. 옛날 영화치곤 꽤 짜임새도 있고 긴장감도 있다. 계획을 나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교과서적이라 할 만큼 현대 영화에도 그대로 쓰일만한 정석이고, 실제 절도가 시작되는 부분 - 알랭 들롱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부터 마지막 돈가방을 숨기는 데까지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백미는 역시 수영장씬이다. 그 유명한 마지막 씬을 제외하고도, 경찰들이 깔린 탈의실부터 네모진 풀장을 가운데 두고 장 가뱅과 알랭 들롱이 마주앉은 상황, 무엇보다 그 가방에 대한 그림프씨의 설명을 등 뒤에서 듣고 앉아 있어야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허술한 점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치밀한 장 가뱅이 큰 가방을 들고 다니기 가장 어색한 풀장에서 그런 약속을 잡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다. 게다가 갈아입을 옷도 준비하고 루이가 2등석 기차로 도망갈 계획도 철저히 세워둔 도둑들이 절도에 그렇게 눈에 띄는 가방을 사용하다니! 한번 본 걸 기억하는 일이 드문 나마저도 그 가방들은 너무나 특색이 있어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고 있었다. 더 황당한 건 그 다음날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그 가방 그대로 이동했다는 거다. 여벌 옷보다 가방이 미리 준비하기 더 쉽잖아. 경찰마저 그 가방들 찾아봤자 비어있을 거라고 말한 건 가방을 바꾸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감독은 마지막 수영장씬의 아이디어를 고집하기 위해 마지막에 그들을 바보로 만들 수 밖에 없었지. 영화 설명에, 미숙한 알랭들롱의 실수로 계획이 망쳐졌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장 가뱅이 그 튀는 가방을 들고 진짜 눈에 띄는 장소인 수영장으로 오라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다. 하지만 덕분에 영화사에 남는 마지막 장면을 만들어냈으니 치밀함은 포기해야지.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가 그렇게 높은 평점을 받을 만한지는 모르겠다.
아 그리고 후반부에 루이가 돈을 받기 싫다며 하는 대사, 인상적이었다. 저런 일에 빠져들면 왜 나오기 힘들지 처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습관이 된 일상은 마치 당연히 자신에게 주어져야만 하는 필수 사항, 타고난 권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자막 번역이.... 옛날 번역기 돌렸나보다. 김일성을 노래하는 김일이라고 번역하던 시절 말야. 도대체가 무슨 소릴하는 거지 싶은 부분이 많다. 도중에 영어자막과 번역이 함께 뜬 적이 있는데 ‘~~~~ 짓을 하기엔 너무 가정적인 사람이다’ 를 ‘조직의 남자로서 ~~~~ 짓을 한다’ 라고 번역했더군. 그 짓을 안하는데 한다는 등 내용도 반대일 뿐 아니라 갑자기 왠 조직 이야기지? 언제 누가 조직이었지? 라는 생각이 든다.
고상함이나 지성으로는 도저히 연결시키기 어려운 분위기에, 비열함까지 겸비하셨지만, 내가 아는 배우 중에 제일 잘 생긴 알랭들롱님. 수트입을 때만 멋진 줄 알았더니 수영복 입은 몸매도 완벽하셨다. 심지어 카메라빨이 실제를 따라올 수 없는, 실제가 훨씬 나은 배우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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