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받고 읽은 책. 재미있고 아주 빨리 읽힌다 한번 손에 잡으면 몇시간 걸리지 않고 끝낼 수 있다. 그닥 마음에 들진 않는다. 산 자들 에서 괜찮은 단편이 몇 있길래 장편이 더 나을까 하여 샀는데 더 못하다.
문체가 시니컬하고 무심하고 가벼운데 그게 자연스럽지 않고 발연기하는 느낌이다. 아니 발연기까진 아니고 괄호 안 지문의 지시가 느껴지는 연기? 그리고 왜 또 여자를 주인공으로 했을까. 화자가 여자를 연기하는 남자같다. 하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여자로 해야 한국에서 힘들어 외국 가는 설정에 더 잘 맞긴 하다. 모든 게 편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결혼의 유혹이라는 설정도 여자에게 더 맞고.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이 여자는 젊고 예쁘고 똑똑한데다 홍대 출신이다. 사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나은 조건이다. 그러니 능력있는 남자에게서 청혼도 들어오지. 호주에서 헤쳐나가는 능력을 보면 한국에서도 W증권에서 썩었을 인물은 아니다. 물론 남편이 도와주었어야 더 나은 직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능했을 거다. 그리고 한국서 노력했으면 더 나았을 건데라는 뜻은 아니다. 내 말은 호주에 가서 얘가 운이 풀린 게 아니라 얘 정도 되니까 잘 된 거라는 거다. 언니와 동생이 한국에서 왜 저러냐고 답답해하는데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그걸 알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찾아나갈 인간이면 그 나이먹도록 스벅과 피씨방에서 그러겠냐고. 그리고 그러고 있는 사람을 호주에 보내면 똑같이 알바해도 훨씬 낫네 하면서 행복해할 거 같냐고. 여하튼 얘는 외모도 꽤나 매력있는 것 같고, 실용적인 능력도 뛰어나고, 사람도 잘 파악하는 등 상당히 다재다능하다. 하긴 젊은 남자작가가 못생기고 아둔한 중년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는 건 상상이 안 간다. 그 정도면 대가의 반열에 오르지 싶다. 그리고보니 화자인 계나 외의 사람들은 아주 단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화자가 온전한 유기체적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가족도 친한 친구들도 완전 남보듯 그려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문체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심리 묘사가 좋은 것도 아니고, 한국의 문제를 비판한 거 같은데 그게 심도깊지도 인상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데다, 층위가 다양하다던가 테크닉적으로 우수하지도 않아서, 빠르게 잘 읽힌다는 점 외엔 장점을 못 찾겠다. 장강명씨는 글쟁이인 건 분명한 거 같고, 글에 일관성이 있고, 군더더기없고, 김애란같은 “문학적 표현”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아 담백하다는 점은 좋다. 즉 내 취향에 거슬리는 점도 없지만 내 취향도 아니다. 난 목적주의 문학도 소설은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나 사건도 캐릭터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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