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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드라마

Godless

by 마르셸 2020. 11. 4.


꽤 괜찮던 드라마.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서부극이고 프랭크라는 역이 매우 눈을 끈다. 로이가 프랭크에게 갖는 양가적인 감정도 복합적이고 흥미롭다. 미국 서부의 대자연이 경이로웠고 문팰리스가 많이 생각났다. 리드미컬한 말발굽소리와 말의 흔들림.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 같은 황야의 고독함. 뿌연 흙먼지 속에 흐릿하게 부서져 날아가는 옳고 그름의 경계.

이 드라마의 여성 활약상에 대한 말이 많은 것 같던데 그보다도... 이 드라마는 모든 경계를 흐리는 것 같다. 어느 시대라고 봐도 조금씩 어색한 설정들. 인디언과 백인 여자. 백인 소년과 흑인 소녀. 남자같이 입고 행동하는 여자. 지극히 마초스런 남자의 나약하고도 감성적인 모습. 아버지 살해의 뒤에 있는 양가적인 감정들의 혼재. 밤을 보낸 남자와 함께 할 남자. 수신인에게 읽히지 못할 편지들과 이를 읽는 낯선 두 사람. 고아와 양부와 그 고아의 양아들을 타고 반복되는 필요의 관계-도움이 필요한 고아에게 손을 뻗은 양부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구원할 고아를 필요로 한다는 꼬리를 문 뱀과 같은 관계

이런 생각들을 하며 본 것도 아니고 이렇게 언어로 표현할 거리들이 있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사실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으로 좋다가 굳이 여기 쓰다보니 요소요소로 쪼개져서 언어로 표현된 것 뿐이고 그래서 잘 표현되지도 않고 다소 귀찮군. 여튼 이 드라마가 좋았던 건 내 취향에 잘 맞아서이다. 난 이렇게 호흡 느리면서 무겁고 진득한데, 스타일 면에서도 잘 다듬어진 작품에, 다층적인 인물들의 심리가 천천히 드러나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화에 충분히 매력도 있고
하지만 조금 어설픈 것도 사실이다.

프랭크 배우가 덤앤더머이면서 뉴스룸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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