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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탱고 - 읽는 중. 쓰는 중.

by 마르셸 2026. 5. 11.

의사 - 3장 뭔가 안다는 것

이 챕터는 특히 마음을 끌었다. 알콜중독. 남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눈을 뜬 상태에서는 늘 술을 마시는 알콜 중독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난 알콜중독자들을 혐오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그들의 삶은 거의 정지되어 있고, 생명체가 가진 가장 큰 욕구인 생존 욕구마저 가볍게 던져버리면서도 알콜에만은 강력한 의지와 욕구, 심지어 실행력까지 보이는 것이다. 이런 알콜중독자가 또 다른 나의 관심 주제인 관찰과 기록을 동시에 한다. 그런데 이 의사가 자신의 오늘, 어제, 1주일은 과연 잘 인식할까? 이 사람의 관찰이라는 게 과연 객관적, 또는 정확할까? 그러니 기록을 하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과연 기록은? 도대체 왜 집을 나와서 다시 돌아 들어가는지 무수히 물음표를 던진 그 기록들이 과연 어떤 정확도, 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렇다면 알콜중독자가 하는 게 아닌 냉철한 정신의 소유자가 하는 관찰과 기록은 객관적인가? 아니 아예 객관적인 기계가 실행하는 관찰과 기록은 어떨까. 관찰과 기록에 있어서의 핵심은 해석이 아닐까. 해석 없는 기록이란 기계의 단순 기능에 지나지 않는게 아닐까. 뭔가 안다는 것은 결코 녹음이나 녹화가 아니다.

 

술집 - 4장 거미의 작업I 6장 거미의 작업II

4장과 6장의 서술 방식에 대해서는 시점의 빠르고도 잦은 변화로 이미 전에 적은 적이 있다. 이런 얽힌 서사가 거미의 작업이라는 제목에 무척 잘 어울린다. 물론 이 술집의 고질적인 문제인 거미와도 잘 연결되고, 서로 지독히도 얽히면서 옭아매어져버린 그들의 삶과도 이미지적으로 잘 보여진다. 특히나 슈미트 부인에게 끈적하게 달라붙는 시선들이 공간을 교차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가진 것도, 꿈꿀 것도 없는 그들에게 남은 동물적인 욕구와 이리미아시에 대한 대책없는 희망이 그들의 상태를 잘 보여준다.

 

소녀 – 5장 실타래가 풀리다
7시간 반의 어마어마한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 사탄탱고에서도 소녀는 가장 강렬하게 눈을 사로잡는 이미지라고 한다. 소녀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은 아직 정리를 할 수가 없어 다음에 더 말하거나 쓸 거 같다. 그 아이가 고양이에게 보여주는 행동은 그 아이의 심리 상태 뿐 이나리 그 아이에게 느껴지는 타인들의 심리까지 보여진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고, 타인은 어떤 정서로 우리에게 와 닿는다. 
소녀 챕터에서 이 작가에게 감탄한 것은, 어린아이의 복잡한 심리를 놀랍도록 잘 서술한 점이다. 보통 작가는 화자, 또는 3인칭 시점으로 어떤 한 인물에 들어가 그 인물이 인지하고 느끼는 것을 서술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세상은커녕 자신이 느끼는 것조차 잘 모른다. 아이들과 대화해보면 지금 느끼는 것이 공포인지 슬픔인지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곧잘 순수한 아이를 화자로, 그 순수한 눈으로 사건을 묘사하며 소설적 효과를 노리곤 한다, 그 아이가 설명한 상황을 보면 그 아이는 전혀 상황을 해석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그 간극에서 작가가 노리는 효과가 보통 달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의 내면을 그린다면? 심지어 이 아이는 정신적으로 잘 발달된 아이도 아니다. 다소 지능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나오며, 성장환경 상 엄청난 정서적 혼란을 겪고 있다. 예리한 지성이 자신의 병적인 상태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이 아이의 무지하고 무력한 정신상태와 뒤죽박죽인 사고과정을 그대로 살려내면서도 그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는 지독한 혼란과 두려움, 동물적인 감정을 그렇게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소름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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