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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드라마

Vikings

by 마르셸 2020. 12. 19.

예전에 시즌1 처음 나왔을 때 재밌게 보다가 방영 중이라 끊기면서 안 보게 되었다. 요즘 보니 시즌6까지 나와있길래 다시 다운받았다. 다시 보니 히스토리 채널이더라. 찾아보니까 물론 라그나 로스브록은 거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인물이라 상당 부분이 픽션이고 하지만 바이킹 생활에 있어서 고증이 잘 된 "부분"들은 많은가 보다.

 

도중에 재미없어지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계속 시즌6 10화까지 잘 봤다. 11화부터는 며칠 후에 나온단다. 라그나가 탐험을 하는 부분들까지는 경이와 재미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냥 "새로운 갈등의 등장->전쟁"의 패턴을 계속 복붙하는 느낌이라 흥미가 떨어졌다. 등장인물의 행동이 참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았다. 새로운 갈등의 등장이 필요해서 작가가 집어넣은 것 같은 행동들이랄까. Ivar의 등장이 없었다면 아마 그만 봤을 것이다. 

 

Ivar은 심리적으로도 참 흥미로운 인물이다. Ivar는 장애아로 크기엔 너무 끔찍한 시대와 사회에 태어났다. 기형아로 태어나면 죽이는 일이 흔하던 시기에 극단적이라할만치 마쵸적인, 전투능력으로 한 인간이 평가받는 바이킹 사회에 물렁대는 두 다리를 갖고 태어나다니. 배 만드는 플로키도, 임신한 여자들도, 얼굴을 꿰멘 것 같은 현자를 제외하곤 어린애들까지 피 튀기며 도끼를 휘둘러 대는 사회에서 싸우긴 커녕 도망도 빨리 못 가게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애가 머리는 형제 중에 가장 비상하다. 집 안은 또 가장 잘난 Ragnar 왕가이다. 그렇다면 흔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이름 또 잊어버린 그 난장이처럼 복잡한 심리를 가지고 클 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Ivar는 불쌍한 그 분과는 다른 게 어머니의 절대적인 편애를 받고 큰다. 아버지는 위대한 Ragnar인데 옆에서 볼 일은 없어 환상은 더 커지지,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어머니는 태생부터 고고하고 결국 여왕이 되셔서 안하무인의 태도로 자기 감정대로 행동하고,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인물이다. Ivar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은 부족하고 자기애는 강한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Ivar는 유아독존의 자존감과, 바이킹 사회에서 살아있을 이유도 없는 장애인이라는 지독한 열등감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도, 또 뛰어난 머리와 판단력 또한 갖고 있다. 그 뛰어난 머리 때문에 나 잘났어 하며 눈가리고 아웅~ 세상을 편안하게, 또는 포용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그러기엔 Ivar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높고, 바깥으론 위협이 너무 많고, 안으로는 자신의 형제들마저 너무 다 잘 난 데다, 어머니 외 아무와도 인간적 관계나 신뢰가 제대로 형성되어 본 적도 없어 주변 인적자원을 사용할 수도 없고, 그래, 물론 장애까지 갖고 있다.

 

그런 그도 가끔 편안하게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던 2번이 아래 짤로 나오는 아버지 등에 업혀 영국 숲을 걷던 때랑, 쓰디쓴 패배 이후 실크로드를 무표정하게 돌다 어느 길에선 주변을 흥미롭게 웃으며 볼 때였다.

 

아 그리고 아래 잔인한 짤에도 나오지만 위기상황에서 전투 능력... 살상능력도 소름돋게 발달되어 있다. 사실 전투 능력이 전술과 통솔도 포함되는 걸 생각했을 때, 우리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이 어린 아이는 무엇보다 전투 능력이 제일 뛰어난 인물이 된다. 의외로 통치 능력에 문제가 있다. 역시 전투는 미친 놈이 잘 할 때도 있지만 통치는 아닌 걸로.

 

아 그리고 또 (그래 Ivar는 정말 흥미롭게 할 얘기가 많다) Ivar를 보면서 요즘 미드에 PC가 필수라더니 천년도 더 된 옛날 얘기에 다소 과하게 적용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Ivar가 정말 미친 잔혹군주인 건 분명하지만, Ragnar나 Lathgertha가 지나치게 모던하게 그려져 있어서 대조된 면도 없지 않다. 러시아에서 그.... 이름 잊어버린 예언자라는 왕자의 잔인한 행태는 그렇게 낯설지 않잖아? (그리고보면 동양에 특히 그런 예시가 많은가?) 중앙집권제로 들어설 때쯤의 군주의 모습을 생각해 볼 때 Ivar는 그닥 놀라울 만한 예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보면 조선의 군주들은 참 극한직업이었다) 드라마 곳곳에 지극히 현대적인 관점들이 불쑥불쑥 나올 때면 가끔 저게 고증인 것인지 PC인 것인지 알 수 없어 다소 생경했다. 브레히트 기법도 아니고.

 

 

 

물론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은 한낱 농부였던 젊은 Ragnar의 먼 땅을 꿈꾸는, 그 탁 트인 것만 같던 아름다운 vision 때문이었다. Ivar가 흥미롭긴 하지만 그만큼 좋지는 않다. 나중에 드라마에서 트레비스 핌멜씨를 내보내려니 아쉬워서 그랬는지 계속 예전 장면들을 리플레이했는데, 처음으로 리플레이라는 게 싫지 않고 나도 마치 죽어가는 노인이 된 마냥 그렇게 애틋했다. 지금도 약 한 Ragnar가 보았던 젊은 Lathgertha와 어린 비욘, 그리고 이름 잊어버린 그 사랑스럽던 딸의 환영의 장면은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Ragnar가 한참 활약하던 때엔 드라마에 정말 빠져서 사진 따위 모으지 않았으므로 아래 사진은 Ivar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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